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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읽을 만한 책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 승인 2012.06.05 16:09
  • 호수 858
  • 댓글 0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는 6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김수영을 위하여’(강신주, 천년의상상) 등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했다.

철학자 강신주가 자유의지를 노래한 시인 김수영의 시를 통해 김수영의 인문정신을 전하는 ‘김수영을 위하여’(강신주, 천년의 상상), 일본의 국민작가인 이노우에 야스시가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적은 자전적 소설 ‘내 어머니의 연대기’(이노우에 야스시/ 이선윤, 학고재), 풀과 나무의 다양한 형태들의 의미와 그 안에 숨겨진 수학에 대해 알려줌으로써 수학 자체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수학을 통해 자연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들려주는 ‘풀잎 위에 알고리즘’(김병소, 해마을) 등이 선정되었다.

위원회는 문학, 역사, 아동 등 10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좋은책선정위원회를 두고 독서 문화의 저변 확대와 양서권장을 위해 매달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선정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홈페이지(http://www.kpec.or.kr)의 웹진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내 어머니의 연대기

이노우에 야스시/ 이선윤 / 학고재
2012.5.2. / 232쪽 / 13,000원
일본의 국민작가인 이노우에 야스시의 자전적 소설인 『내 어머니의 연대기』는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신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꽃나무 아래에서」, 「달빛」, 「설면(雪面)」등 5년마다 발표한 3부작 속에서 각각 80살, 85살, 89살인 ‘나’의 어머니는 서서히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해설에서 인용되고 있는 E. M. 시오랑의 “인간은 죽음을 수락하기는 하지만 죽음의 시기를 수락하지는 않는다. 언제 죽어도 좋다. 단, 반드시 죽어야 할 때는 빼고!”라는 냉소적인 말에서처럼 죽기에 좋은 때는 없다. 그렇다고 죽지 않는 인간도 없다. 여기서 ‘나’의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에 대한 성찰이 빛을 발한다. 나이가 들어간다거나 치매를 앓는다는 것은 중요한 것을 잊는다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것을 잊는 것에 다름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나’가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혼란스러운 기억이나 혼재된 감정들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치매 노인 간병의 현실적 어려움이나 모성의 위대함에 대한 단순한 재확인이 아니었을 듯하다. 오히려 예외 없이 죽음에 직면해야 하는 모든 인간들에게 주어졌던 시간과 돌아가야 할 시간의 교차와 반복이 아닐까. ‘아이로 되돌아가 죽는다.’는 말은, 때문에 태어났던 때처럼 본능에 충실했던 자기만의 세계로 돌아가 진정한 고독 속에서 죽음조차도 혼자 치러야 한다는 숭고한 전언(傳言)으로 들린다.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 “그때 나는, 어머니는 길고 격렬한 전투를 혼자서 치르고 싸움이 다 끝난 뒤 몇 개의 뼛조각이 되어 버렸다.”인 것도 이와 연관될 것이다. 어머니의 이야기란 모든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고, 죽음의 문제란 시간의 문제라는 것을 냉정하면서도 관조적으로 말하고 있는 수작이다.
- 추천자 : 김미현(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쌍전
류짜이푸/ 임태홍, 한순자 / 글항아리
2012.4.16. / 378쪽 / 18,000원
사서삼경은 유교의 경전(經典)이다. 소설의 경전도 있다. 중국에서는『수호전』,『삼국지』,『홍루몽』,『서유기』의 4권을 소설 경전이라고 불러왔다. 이 책은 이 중『수호전』과『삼국지』를 두 개의 경전이라는 뜻으로 ‘쌍전’이라고 표현하고, 이 두 책의 가치관을 문제 삼고 있다. 지금까지 이 두 책은 항상 필독서로 추천되어 왔으며, 이 책을 읽지 않고는 인생과 정치를 논하지 말라며 높이 평가되어 왔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이 두 책은 모두 상당한 매력이 있어 분명히 사람들을 황홀케 하지만, 인간의 영혼을 어둡게 하는 매우 위험한 책이라는 것이다. 간결하게 표현하면『수호전』은 반란을 정당화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혁명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도 정당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규가 네 살 먹은 어린아이 소아내를 도끼로 두 토막 내거나, 무송이 원앙루에서 나이 어린 하녀를 포함하여 15명을 한꺼번에 죽여 버린 일도 정당하며, 심지어 영웅적인 행위로 보았다는 것이다. 저자는『수호전』이 암흑적인 수단의 집대성이라고 한다면, 『삼국지』는 권모술수와 음모 그리고 교활한 심보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삼국지』의 주요인물들이, 심지어 유비나 제갈량조차도 얼마나 교활한가를 세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지금껏『수호전』,『삼국지』에 관한 해설서는 아마도 성서 다음으로 많을 것이다. 이 중에는 그 책들에 대한 찬사만이 아니라 비평도 종종 있어 왔다. 그러나 이 책에서 시도한 것과 같은 맹렬한 비평은 거의 없었다. 이 책의 주장이 전부 맞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최소한 지금까지와 같은 무한한 존경심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이 책들을 바라봐야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 추천자 : 김기덕(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에고 트릭

줄리언 바지니/ 강혜정 / 미래인
2012.4.20. / 335쪽 / 15,000원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는 것은 역설인가? 아니면 당연한 말인가? 붕어 모양처럼 생겼지만 실제 붕어를 넣어서 만든 빵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기 때문에 전혀 모순이 아니다. 그러나 만약에 ‘진주조개’ 속에 진주가 없다면, 우리는 그것을 계속 진주조개라고 불러도 되는가? 이 질문은 심각하다. 진주 없는 진주조개는 자기모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의 자아는 진주조개 속의 진주처럼 진주조개를 진주조개로 만들어 주는 핵심을 가지고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나’는 실체로서 존재하는가? 이 해묵은 철학적 질문은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는 형이상학적 근본성을 갖고 있다.
“오빠 나 남고 나왔어!” 이제 막 한 남성으로부터 프러포즈를 받은 한 여성 트랜스젠더의 절규다. 학생들에게 ‘이 말을 하는 시점이 적절한지’를 물어보면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는 분명 트랜스젠더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대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다르게’ 대한다. 우리의 정체성은 육체로부터 자유롭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육체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남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죽기보다 싫어서 여성 호르몬을 투입하면서까지 여성으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을 우리는 이해할 수 있는가? 그 반대도 물론 마찬가지다. 일정 기간 다른 성의 호르몬을 서서히 투입할 때 자신의 육체에 생기는 변화를 환영할 수도 혐오할 수도 있는데, 그에 따라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결정하면 되는 것일까? 한 여성이 얼굴에 황산테러를 당한다. 변심한 전 남자친구의 사주를 받은 청부 테러다. 얼굴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진다. 자신의 얼굴을 거울로 보면 “저게 누구지?”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주변의 가족들은 자신을 변함없이 대해주려고 끊임없이 눈물겹게 노력한다. 그럼에도 그 얼굴 없는 여성은 “나는 결코 옛날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고 단언한다. 자아의 정체성은 정신에서 찾을 수 있는가? 영국 경험론 철학자처럼 기억이 정체성의 전부인가? 흄처럼 “영속하는 자아는 감정의 다발”에 불과한 환상인가? 과거의 내 행동에 대해 내가 책임져야 하는가? 저자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신경과학, 사회학, 종교학, 심리학 등에서 철학적으로 탐구해 들어간다. 융합의 지평을 철학자가 열어간다는 점에서 대단히 흥미로운 자아의식 탐구서다.
- 추천자 : 김형철(연세대 철학과 교수)

아젠다 세팅

맥스웰 맥콤스/ 정옥희 / 엘도라도(웅진씽크빅)
2012.4.5. / 303쪽 / 14,800원
우리는 스스로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누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조정”하고 있지는 않을까? 월터 리프먼은 “언론은 …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결정한다. 여론이란 실제환경이 아니라 언론이 구축한 유사 환경에 대한 반응이다”라고 하였다. 아젠다 세팅(agenda setting)이다. 일부 언론은 “우리는 뉴스를 객관적으로 보도할 뿐이다”라고 주장하지만 막상 “우리 머릿속의 세상풍경”을 그리는 것은 언론이라는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에 숨겨진 진실”이다. 맥콤스 교수는 1968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에서 채플힐 연구팀을 주도하여 언론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을 아젠다 세팅 이론으로 정립하였다. 저자는 그 후 30여 년간 아젠다 세팅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풍부하게 수집하고 분석하였다. 수차례 미국 대선에서의 언론의 이슈선정과 후보자 이미지의 결정력, 독일, 스페인, 일본과 아르헨티나에서 미디어 이슈의 현저성과 대중의 뉴스 집중도 사이의 높은 상관관계를 소개한다. 종종 언론의 아젠다 세팅은 “현실세계와 주입된 세계”라는 측면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실제로 저자는 공공아젠다가 미디어에 의해 왜곡된 많은 사례들을 제시한다. 1990년대 미국의 범죄율은 감소하고 있었으나 범죄뉴스 보도의 증가가 공중의 우려를 증폭한 사례, 1980년대 미국민의 마약에 대한 전국적인 우려가 실제 마약사고 발생률과는 무관하게 언론의 집중보도로 자극된 사례, 2001년 식인상어 공포 사례 등이다. 1973년 서독의 석유위기도 공급량의 감소 때문이 아니라 언론의 집중보도로 발생하였다. 아젠다 세팅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197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미국 대중의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의 증가는 언론들의 환경문제의 보도 때문이었다. 환경, 마약과 범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현실과 무관하게 증가하였으나 아젠다 세팅은 “미리 경고된 발견”의 순기능을 수행하였다. ‘사회적 합의 달성’과 ‘문화 전달’도 아젠다 세팅의 긍정적인 사회적 역할이다.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미디어 기술이 발전한 현대에도 아젠다 세팅은 유효할까? 아젠다 세팅은 인터넷과 첨단 매체를 통해 현재진행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 추천자 : 마인섭(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러쉬
토드 부크홀츠/ 장석훈 / 청림출판
2012.4.16. / 363쪽 / 15,000원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은 잘 사는 것인가? 도전하는 삶, 경쟁하는 삶은 행복할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실업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행복에 대하여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고, 새롭게 출발한 새누리당도 ‘국민행복’을 강조하고 있다. 잘 산다고 행복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못 살아도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하지는 못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행복에 관한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죽어있는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토드 부크홀츠가 행복에 관한 직설적 주장을 책으로 엮었다. 그는 도전과 경쟁의 삶이 바로 행복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일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는 은퇴를 하거나 일자리를 잃으면 바로 알게 된다. 그도 처음에는 물질적 부와 성공을 좇다가 영혼을 잃어버린 이야기를 쓰려고 했으나 차츰 물질적 부와 성공에 죄의식을 느끼게 하는 에덴주의자들의 거짓과 원죄적 인간은 결코 에덴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고 쓰던 원고를 버렸다고 한다. 인간은 논리적 기계가 아니며 감정의 동물이므로 행복에 대한 뇌의 역할이 중요한데, 그는 미래를 상상하게 하며 감정을 제어하는 전두엽의 역할을 중시한다. 즉 전두엽 덕분에 미래의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 ‘나는 특별하다는 자존감’과 지능지수 대신 ‘감성지능’을 강조하는 교육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미래에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려면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 일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것이 행복이 아니라 일과 경쟁이 바로 행복임을 보여주기 위해 저자가 들려주는 풍부한 얘깃거리에 경탄하게 된다.
- 추천자 : 박원암(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풀잎 위에 알고리즘
김병소 / 해마을
2012.3.26. / 316쪽 / 15,000원
시인 김춘수는 “내가 그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하였다. 우리 주변에는 이름을 모르는 꽃과 풀과 나무가 참 많다. 그냥 지나치면 아무 의미 없이 자연의 일부이겠지만, 이름을 불러주면 나에게 특별한 존재로 다가온다. 수학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저자는 수학자의 눈으로 꽃과 풀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그랬더니 풀과 꽃과 나무는 ‘풀잎 위에 알고리즘’으로 생명력을 얻었다. 이 책은 식물을 보면서 무심코 보아 넘길 수도 있는 주제들을 수학적으로, 그렇지만 재미있게 다루었다. 덩굴식물 줄기 꼬임의 수학적 표현, 꽃잎이 7개나 9개인 경우가 드문 수학적 이유, 잎과 꽃과 열매에서 찾는 피보나치수열, 2를 좋아하는 식물들, 잎이 햇빛을 받는데 유리한 각도, 꽃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황금비, 고사리 잎 모양과 식물의 잎맥에서 보이는 프랙탈 등... 수학을 배워서 평생 도움이 된 것은 구구단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독자라면 책 군데군데 나오는 수식을 그냥 건너뛰고 읽어도 책에 담긴 식물의 생태를 헤아리는데 문제될 것이 없다. 책 곳곳에 사진과 함께 등장하는 식물의 이름만 친숙해져도 큰 수확이다. 며느리밑씻개나 사위질빵 같은 재미있는 식물 이름의 유래를 덤으로 얻을 수도 있다. 책을 읽고 나면 이름을 몰랐던 풀과 나무의 존재감에 더 관심이 가리라 확신한다. 수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수학이 이렇게도 다양하게 쓰일 수 있구나 감탄할 것이다. 들판이나 산에 갈 때 식물도감과 함께 가지고 갈 수 있는 낭만적인 수학책이다.
- 추천자 : 김웅서(한국해양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


도시 예술 산책 - 작품으로 읽는 7가지 도시 이야기
박삼철 / 나름북스
2012.5.9. / 411쪽 / 20,000원
이 책은 도보 여행과 도시 산책에 관한 내용이다. 반드시 입장료를 내고 미술관에 들어가야만 미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사는 도시는 거대한 미술관이다. 다른 것에 신경 쓰느라 그저 지나치는 일만 벌어지지 않는다면, 거리 곳곳에서 얼마든지 미술작품을 마주칠 수 있다. 청계천에서는 올덴버그의 ‘스프링’을 만나고, 광화문에서 보로프스키의 ‘망치질하는 사람’과 인사를 나눈다. 생각을 공유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것. 이것이 공공미술 분야에서도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덩그러니 놓여 어느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는 조형물이 아닌, 실제로 말을 걸고, 놀아주고, 사랑하게 하는, 인간과 예술의 관계성을 예술가와 감상자 모두가 만들어가야 한다.
저자는 걷기를 예찬한다. 인간이 가장 인간다운 모습일 수 있는 순간은 걷고 있을 때라고 한다. 걷는 것은 존재의 모드로까지 확장된다. 걸을 때 다리의 보폭을 통해 우리는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단위로 세계를 체험할 수가 있다. 그리고 그 체험은 다시 내디딤을 통해 뇌로 전달되고 의식 속으로 기억된다. 그러므로 도시 예술 산책은 눈동자의 굴림만으로 이루어지는 눈의 감상을 넘어선 예술의 신체적인 구현을 뜻한다. 즉 인간이 인간다움으로 예술을 받아들이는 가장 효과적인 미술 감상 방식이 바로 산책이 아닐까. 걷기 좋은 계절이다. 목적지는 어느 미술관 실내가 아닌, 길이다. 지금 당장 걷기를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미술 안내서가 되어 줄 책이다.
추천자 : 이주은(성신여대 교육대학원 교수)


김수영을 위하여
강신주 / 천년의상상
2012.4.23. / 413쪽 / 23,000원
자유에는 피 냄새가 섞여 있다고 노래한 시인 김수영. 『김수영을 위하여』는 철학자 강신주가 적은 시인 김수영과의 만남의 기록이다. 저자는 정신의 키를 한 뼘은 키워준 시인을 일컬어 ‘우리 인문학의 자긍심’이라고 부른다. 우리 문학이 아니라 ‘인문학’의 자긍심! 그 연장선상에서 김수영의 시정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정신을 말한다.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우리에게 김수영이란 인문정신이 있다는 사실이.” 책의 절반은 그러한 경탄으로 채워진다. 그러나 나머지 절반을 구성하는 것은 탄식이다.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우리가 아직 50년 전 김수영이 도달한 인문정신 근처에도 다다르지 못했다는 사실이.” 대중을 위한 인문학의 앞자리에 서서 ‘철학이 필요한 시간’을 역설했던 저자가 ‘김수영이 필요한 시간’이라고 다시 힘주어 말하는 이유다.
김수영은 누구였던가. 그의 시는 무엇이었고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는가. 저자는 한마디로 ‘자유’라고 말한다. “김수영을 읽어 낸다는 것. 그것은 자신만의 제스처로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요구하는 행위다.” ‘자신만의 제스처로 살아가겠다는 의지’, 그것이 자유이고 자유의 의지다. 남을 흉내 내는 삶이 아니라 자기만의 고유한 삶을 제대로 살아내겠다는 의지. 저자는 온몸으로 온몸을 밀고 나갔던 김수영의 시와 삶을 종횡으로 가로지르며 그러한 삶의 초상을 그린다. 시인의 초상을 통해서 우리들 각자가 ‘한 번밖에 없는 자신의 삶’을 자기 스타일대로 살 것을 권유한다. “피로도 내가 만드는 것/ 긍지도 내가 만드는 것”이라고 시인은 노래했다. 당신에게 자유가, 긍지가 부족한가. 김수영을 읽을 시간이다.
- 추천자 : 이현우(한림대 연구교수)


숲에서 온 편지

김용규 / 그책
2012.4.5. / 239쪽 / 13,000원
서점에 가면 숲의 찬가가 많다. 보기에 따라 과잉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나무의 종류와 형태를 구분하는 식물도감에서 숲 해설가의 지식을 자랑하는 글, 나무의 위대한 생애를 노래하는 책, 유기농을 가꾸는 농부 혹은 생태적 삶을 꿈꾸는 지식인의 글까지 다양하다. 이 책 또한 어떤 면에서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평화로 가득한 숲’과 ‘삭막함 가득한 숲 밖’이라는 이분법은 거칠고, 콩나물 키우기나 부지깽이의 용도에 관한 감흥은 진부하다. 나무를 심을 때 거름을 줄 것인지 말 것인지의 고민은 초보적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고른 것은 건강한 사유의 세계와 책임 있는 실천적 삶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칡은 왜 주변의 나무를 괴롭히면서 자기 삶을 잇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놓고 “칡이 주는 시련을 이겨야 온전한 숲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답을 내놓는다. 정답이 아닐지 몰라도 생명의 원리를 찾는 지적 탐험은 진지하다. 기는 줄기를 가진 갯메꽃에서는 용기와 희망을 발견했다. 생명의 가치 앞에서 그는 당당하다. 꿀을 재배하는 생산자로서 벌 한 마리가 육각형의 작은 집에 꿀을 채우기 위해서는 8000송이의 꽃을 날아다녀야 한다는 고단한 과정을 설명한 뒤 소비자에게 8000송이의 꽃향기를 맛볼 줄 아는 자격을 요구하는 식이다. 이처럼 자연과 대화하며 저자가 지향하는 것은 스스로 노래하는 삶이다. 무서움과 외로움 속에서 숲의 간결한 삶을 배운다. 2009년에는 『숲에게 길을 묻다』를 내기도 한 저자는 충북 괴산의 군자산 자락에 ‘백오산방(白烏山房)’을 짓고 5년째 혼자 살면서 농사와 저술, 강연을 겸업하고 있다. 숲 밖의 사람들에게 보낸 50통의 편지를 엮은 이번 책에는 윤광준의 회화미 가득한 사진 스무남은 장도 실었다. 사족 하나. 추천사를 쓰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담배를 피워 문 저자 사진을 발견했다. 숲을 사랑하는 사람은 담배를 미워하는데…. 옛날 자료이니 지금은 담배를 멀리 했으리라 믿는다.
- 추천자 : 손수호(국민일보 논설위원)

돌멩이가 따뜻해졌다

오인태 글, 박지은 그림 / 문학동네
2012.3.30. / 123쪽 / 8,500원
‘차다’와 ‘따뜻하다’의 차이는 무엇일까? 찬밥과 따뜻한 밥, 차가운 웃음과 따뜻한 웃음, 차가운 말과 따뜻한 말, 찬 발과 따뜻한 발, 우리는 어는 쪽에 더 끌릴까? 더운 날만 빼면 대부분 따뜻한 쪽에 끌릴 것이다. 아마도 따뜻한 것들이 우리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이리라. 이 동시집이 그렇다.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표제작인 「돌멩이가 따뜻해졌다」를 보면 찬 돌멩이가 따뜻해지는 순간 우리 마음도 따뜻해진다. 나는 그 집을 지날 때마다 왕왕 짖어대는 똥개를 때리려고 차가운 돌멩이를 주머니에 챙겨 넣는다. 그런데 그날따라 똥개가 보이지 않자 “개장수한테 팔려 갔나 겨울인데? 병원 갔나 똥개 주제에?” 덜컥 걱정된다. 주머니 속 돌멩이를 만지작거리며 집 주위에서 머뭇대다보니 찬 “돌멩이가 따뜻해졌다.” 미웠던 대상조차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따뜻해진 돌멩이보다 더 따뜻하다. 우리가 하찮아했던 거름이 지닌 힘은 따뜻하다 못해 뜨겁다. 썩어 가면서, 뜨겁고 더운 김을 내어 “나무와 풀들을 밀어 올린다.”「거름의 힘」 그런데 하찮은 것이 아무리 큰 힘을 갖고 있다 해도 우리는 가끔 비싸지고 싶다. 동생이랑 다투거나, 오빠랑 싸우다 쥐어 박히면 “싸다 싸” 며 비꼬는 엄마. 하지만 어린이는 ‘왜 나만 가지고 그래!’ 하고, 차갑게 내쏘지 않는다. “나는 어찌하면 좀 비싸지나?”(「싸다 싸」)처럼 해학적 항변을 통해 할 말을 하지만 냉랭한 대립상태로까지 가지 않으려는 따뜻한 마음을 내비친다. 또 「미술시간」과 급식시간에 「나도 할 말이 있다」며 권위적인 선생님한테 하는 항변도 대립적이지 않고 유쾌하며 따뜻하다. 요즘 성인 시를 써온 시인의 유명세에 업혀 가려는 동시집이 출간되곤 한다. 그 중엔 동심을 어설프게 건드린 것들이 눈에 띄어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이 책은 따뜻하고 유쾌한 동심이 듬뿍 담겨 있어 그런 걱정을 말끔히 날려주었다. 초등 전 학년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 추천자 : 오은영(동시․동화작가), 서정숙(그림책 평론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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