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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선정 7월의 읽을 만한 책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 승인 2012.07.03 18:35
  • 호수 862
  • 댓글 0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는 7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그림으로 읽는 조선 여성의 역사’(강명관, 휴머니스트) 등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했다. 조선의 유교적 가부장제하에서 여전히 ‘주체로서의 여성’을 보여 주었던 조선 여성의 역사를 그림을 통해 확인하는 ‘그림으로 읽는 조선 여성의 역사’(강명관, 휴머니스트), 불량 주거지에 거주하는 한 빈민 가족의 가난한 삶을 25년간 관찰하고 연구한 기록인 ‘사당동 더하기 25’(조은, 또하나의문화), 30대 중반의 젊은 건축가가 거대 도시 서울의 구석구석을 탐색하며 흔적, 장소, 집합, 기호, 상징, 미학, 기억, 상상 등 8개의 키워드로 읽어낸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오영욱, 페이퍼스토리) 등이 선정되었다.
위원회는 문학, 역사, 아동 등 10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좋은책선정위원회를 두고, 독서 문화의 저변 확대와 양서권장을 위해 매달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선정하고 있다.


태연한 인생 은희경 / 창비

2012.6.11. / 268쪽 / 12,000원
문학을 하는 이유는? 연애를 하는 이유는? 죽지 않고 사는 이유는? 서로 다른 대답을 할 수 있는 질문이지만, 은희경의 신작 소설 『태연한 인생』에 의하면 일단 ‘문학-연애-인생’ 모두 별것 아닌데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를 믿지 않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달리 무엇을 믿는단 말인가.”(72쪽) 이런 세계관에 어울리는 연애가 소설 속에 당연히 등장한다. 냉소적이고 위악적인 작가와 분열적이고 신비적인 여자가 만나서 하는 연애는 열정적이지만 기만적이기도 하다. 열정이 곧 기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희경은 은희경답(지않)게 이런 연애의 패턴을 개인화하면서 거기에 고유성을 부여한다. 이 소설이 ‘나쁜’ 소설에서 ‘불편한’ 소설로 바뀌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겉만 읽으면 반만 읽는 것이다. 10년 전에 헤어진 이들을 다시 만나지 않도록 하면서 끝나는 이 소설은 이런 태연함이 얼마나 어렵게 얻은 상처에 대한 방어이자 면역인가를 절실하게 전해 준다. 우리가 천년을 살면 태연할 수 있다. 하지만 기껏 백년을 사는 우리들은 태연한 척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낙관은 인간이라는 유한한 존재에게 주어진 작은 쾌활”(265쪽)이다. 그러니 태연함은 태연하지 못할 문학과 연애와 인생에 바치는 영원한 농담이자 소문인 것이다. 함께 있으면 고통이고 혼자 있으면 고독이다. 하지만 함께 있어도 고독을 느끼거나 혼자 있을 때 고통을 느낀다면 좀 더 태연한 척할 필요가 있다. 소설 속에 인용되고 있듯이 “이제부터는 쓸쓸할 줄 뻔히 알고 살아야 한다.”(허연, 「일요일」중에서) 최소한 이 소설을 읽으면 문학-연애-인생에서의 상실을 경험하게 될지언정 패배하지는 않게 된다. 이 소설이 레드북이 아닌 블루노트인 이유이다.
- 추천자 : 김미현(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그림으로 읽는 조선 여성의 역사 강명관 / 휴머니스트

2012.4.30. / 394쪽 / 23,000원
이 책은 150여 점의 그림을 통해 조선 여성의 역사를 복원해 본 것이다. 여성의 시각적 이미지는 그것을 제작하는 주체의 욕망과 의도에 따라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조선시대 여성의 시각적 이미지 역시 그것을 제작하는 혹은 요구하는 남성의 욕망과 의도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에서는 조선시대 여성의 시각적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변화해 갔는지를 추적하고자 했다. 조선시대 여성의 시각적 이미지를 요구하고 만들었던 주체는 성리학적 가부장제에 입각한 남성-양반이다. 이 책에서는 본격적인 가부장제의 전개과정에서 변화하는 여성 이미지, 절개를 위해 신체를 희생하는 열녀 형상, 잘난 남자의 부록으로 그려지는 여성상, 노동 행위에 나타난 여성모습, 가부장제의 성적 욕망과 여성 형상, 종교 속에서의 여성상, 쾌락적 주체로서의 여성 형상 등을 그림 해석과 역사적 맥락을 병행하여 풀어가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여러 군데에서 에두아르트 푹스의 『풍속의 역사』에 비견되는 한국 풍속의 역사를 저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풍속의 역사』와 같은 대작이 나오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자료, 특히 시각 자료가 극히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해결되어야 할 과제는 풍속이나 여성에 대한 역사 연구가 더욱 축적되어야 한다. 저자는 이러한 한계 속에서 조선의 유교적 가부장제하에서 여전히 ‘주체로서의 여성’을 보여 주었던 조선 여성의 역사를 복원해 보고자 하였다. 이러한 저자의 시도가 축적되어, 추후 『풍속의 역사』에 비견되는 한국의 풍속사가 복원되기를 기원해 본다.
- 추천자 : 김기덕(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경제학자 철학에 답하다 스티븐 랜즈버그/ 김세진 / 부키

2012.5.29. / 316쪽 / 16,000원
수학과 경제학을 더하면 철학이 나온다. 정말로 발칙한 생각이지만, 이런 것이야말로 융합 사고의 극치를 달리는 것이 아닐까? 서로 관련 없는 것들이 제대로 연결되는 곳에서 창의적 사고가 나온다. 그러나 그만큼 오류의 위험도 커지게 마련이다. 수학과 경제학에서 두 개의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철학적 질문에 대하여 어떤 답을 내놓을까? 이것은 정말 흥미진진한 일이다.
경제학자는 결과론적 사고에 익숙하다. 아니 결과에 따라서 행위에 대한 도덕적 평가가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실제 결과이든 예상 결과이든지 간에 말이다. 동기와 의도가 중요한 도덕적 평가기준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결정적 실천의 순간에는 결과주의적 사고를 하게 마련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여러분은 10억분의 1 확률로 죽을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해서 1달러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가? 물론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의 두통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두통약을 사먹으려고 1달러를 과감하게 지불한다. 그렇다면 사람 한 명 죽여서 10억 명을 살릴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는 물론 1명을 죽이는 것이 정당화된다고 주장한다. 참 재미있는 주장이다. 물론 여기서 한 명 죽이는 것과 10억 명 살리는 것 사이에 확실한 인과관계가 성립한다는 전제하에서다.
정교한 톱니바퀴로 구성된 복잡한 시계가 진화에 의해서 저절로 생성됐다고 믿는 사람이 도대체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시계를 볼 때마다 그 설계자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우주의 정교함과 복잡함에 감탄한 사람들이 주장하는 지적 설계론이다. 리차드 도킨스는 이것을 부정하기 위해서 두꺼운 책 한 권을 썼다. 저자는 도킨스가 오버했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지적 설계론은 그렇게 두꺼운 책 한 권보다 훨씬 간단하게 부정될 수 있다. 수학체계는 시계 하나보다 훨씬 더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것을 설계한 존재자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저자의 증명 끝이다. 수학은 저절로 존재하는 걸까? 혹시 그것도 설계자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누가 진지하게 그렇게 물으면 정신 나간 사람일까?
철학자들이 수학과 경제학의 근거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연구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수학자 겸 경제학자가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연구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면서도 환영할 일이다
.- 추천자 : 김형철(연세대 철학과 교수)

사당동 더하기 25 조은 / 또하나의문화

2012.5.15. / 335쪽 / 20,000원
지독한 가난은 참 무서운 것이다. 특히 화려한 삶과 고층빌딩에 가려진 도시 철거 재개발지역은 인간사회의 많은 불행과 비극이 뭉쳐진 빈곤주머니이다. 결핍, 소외, 무지, 폭력, 불법, 불결 그리고 절망. 보통 사람들은 평생 겪지 않거나 한두 번 겪을까말까 할 위험하고 무서운 일이 매일같이 일어나는 삶을 “맨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동네, “불량 주거지”. 보통의 세상에서 지척지간의 거리에 말과 생각과 냄새까지도 다른 “딴 세상”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런데 이 동네 사람들은 태연히 이 비극적인 삶을 이어가고 그 가난이 세대를 이어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은 더욱 놀랍고 무섭다.
『사당동 더하기 25』는 불량 주거지에 거주하는 한 빈민 가족의 가난한 삶의 기록이다. 사회학자의 학술연구 작업이어서 그 관찰과 기술은 “문화기술지”, “참여관찰”과 “질적연구” 등의 전문적인 방법이며 저자는 이것을 “가난 두껍게 읽기”라고 하였다. 수치와 통계로 보는 가난이 아니라 현장에서 경험과 관찰로 발견하는 가난이라는 것이라는 것이다. 연구 작업의 결과물이지만 기실 그 내용은 처참한 가난을 그린 사생화이다. 단기 연구 프로젝트로부터 시작된 이 관찰은 무려 4세대 25년간 지속되면서 연구보고서와 학술저서로 발표되었고, 특이하게도 몇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되어 여러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이 지독한 가난은 어디에서 비롯되고 왜 세대를 넘어 지속되고 있을까? 만약 그 가난이 『산체스의 아이들』의 저자 오스카 루이스가 말한 “빈곤문화” 때문이라면, 그래서 한 번 빠지면 탈출구가 없는 함정이라면 이 가난은 절망적이다. 다행히도 이 책의 저자는 사당동과 상계동에는 “빈곤문화가 있는 것이 아니라 빈곤이 있을 뿐이며 ... ‘가난의 구조적 조건’이 있을 뿐”이라고 결론짓는다. 저자는 독특한 현장 중심의 연구방법으로 ‘조금 다른’ 사회학을 시도하는 학자로 알려져 있으며, 가난의 문제를 영상으로 제기하는 다큐멘터리 작가와 감독이기도 하다.
- 추천자 : 마인섭(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아비지트 배너지, 에스테르 뒤플로/ 이순희 / 생각연구소

2012.5.15. / 394쪽 / 17,000원
지구상에는 8억 명 이상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굶주림에 허덕이는 빈곤층이라고 가진 돈을 모두 먹는 데 쓰는 것은 아니다. 술, 담배, 잔치와 경조비로 상당 부분을 지출하고 있으며, 식비도 칼로리나 영양가 높은 음식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설탕 등 맛있는 식품에 지출된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것에 연연하지 않을까? 빈곤층의 실태가 이렇다면 어떻게 해야 빈곤을 퇴치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원제는 『빈곤한 경제학: 전 세계적 빈곤과 싸우는 방법에 대한 급진적 재고』이며, 생각연구소에서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저자들은 MIT에서 15년 넘게 빈곤문제에 대하여 연구해 왔으며, 특히 저자 중 한 사람인 에스테르 뒤플로는 미국경제학회가 연구업적이 뛰어난 40세 이하의 젊은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클라크 상을 수상함으로써 한동안 소외되었던 개발경제학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행동을 합리적 행동으로 이해하려 한다. 먹는 양을 늘린다고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먹는 것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며, 앞이 보이지 않는 피곤한 생활로 내일보다 오늘이 중요하다면 영양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즐기려 할 것이다. 그들은 무작위 통제실험을 통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는데, 무작위 통제실험이란 어떤 대책을 시행한 집단과 시행하지 않은 집단을 무작위로 골라서 양 집단의 차이를 살펴보는 방법이다. 빈곤의 원인에 대해서는 식품공급이나 교육기회 등 공급측면을 강조하는 견해와 식품수요나 교육수요 등 수요측면을 강조하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그런데 저자들은 양 측면이 모두 중요함을 무작위 통제실험으로 입증한다. 주목할 점은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서 정치 개혁 등 거대한 제도개혁이 필요하다는 제도주의자들의 견해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가난의 이유를 알면 길이 보인다.”며 빈곤을 퇴치하기 위한 크고 작은 아이디어를 무궁무진하게 개발하면 빈곤이 퇴치될 것이라고 한다.
- 추천자 : 박원암(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보이지 않는 세계 이강영 / 휴먼사이언스

2012.5.29. / 367쪽 / 18,000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 있다. 이에 해당하는 영어 속담에 ‘To see is to believe.'라는 것도 있다.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우리 눈은 한계가 있다. 아주 작거나 아주 멀리 있으면 볼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세계』는 바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물리학의 세계를 다룬 책이다. 아주 작은 세계와 아주 먼 바깥 세계를, 어찌 보면 극과 극의 세계를 보이지 않는다는 공통점으로 한 권에 녹여낸 저자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보이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현미경과 망원경의 발명으로 보이는 세계로 편입되었다. 1부에서는 더 작은 세계를 보기 위해 현미경을 만들어 미시의 세계를 관찰한 사람들과 망원경을 만들어 광대한 우주를 연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2부 더 작은 세계에서는 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는 원자, 중성미자, 쿼크를, 3부 더 바깥 세계에서는 망원경으로도 볼 수 없는 블랙홀, 암흑물질, 다른 차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에 소개된 주제들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모두 다르며, 각각은 현대 물리학의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본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이 책은 ‘본다’라는 의미를 눈으로 보는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로 확장시켜 주는 개안수술의 기회를 제공한다. 본다는 개념을 중심으로 현대 물리학의 여러 중요한 개념을 골고루 맛 볼 수 있다.
- 추천자 : 김웅서(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원장)


음악의 모험 카트린 마십/ 류재화 / 한길아트

2012.5.25. / 264쪽 / 22,000원
이 책은 음악의 공식 역사라기보다는 제목이 말해주듯, 음악이 거쳐 온 모험의 이야기이다. 여정은 18세기 모차르트에서 끝을 낸다. 저자가 역사라는 말을 꺼리는 이유는 역사에서 흔히 개입되기 쉬운 진보의 개념을 음악에서만큼은 치워버리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가령 16세기의 다성 음악은 마치 건축물과도 같은 그 완성도에 있어 모차르트의 교향곡을 전혀 부러워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음악과 관련된 많은 이미지들은 지금껏 인간의 일상 속에서 음악이 해왔던 역할들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음악가들의 연주 소리에 맞춰 사람들은 축제를 즐기고 춤을 추거나 서정적인 영감을 얻곤 했다. 고대신화 속에서는 뮤즈들이 음악을 담당했는데, 그래서인지 뮤즈들은 제각각 자신의 테마와 상징성에 어울리는 악기를 들고 나타난다. 중세에 와서는 천사가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담당한다. 신을 찬송하는 천사 악사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화음은 인간의 영혼을 맑게 하고, 천상과 지상의 조화를 염원하는 것이었다. 모차르트는 음악적 형식을 갈 수 있는 데까지 밀어붙이면서 익숙한 도식을 뒤흔들었다는 점에서 일탈과 파열의 길을 열어 놓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서양 음악이라는 집단기억으로부터 해방되어 이 작곡가는 가장 닿기 어렵고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목표를 향해 모험의 길을 떠난 것이다. 이 책의 일차적 목표는 음악이 오랜 세월동안 이론 연구의 한 분야였음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지만, 궁극적 목표는 음악이 인간의 삶의 한가운데서 언제나 인간과 함께 숨 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려는 데에 있다.
- 추천자 : 이주은(성신여대 교육대학원 교수)

최초의 것 후베르트 필저/ 김인순 / 지식트리

2012.6.7. / 360쪽 / 15,000원
“어디에서 시작됐을까?”는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강력한 물음 가운데 하나다. 독일 저널리스트 후베르트 필저의 『최초의 것』은 바로 그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우리를 진화시킨 새로운 것은 어떻게, 언제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생겨났을까?” 물론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무얼 새롭게 발견했다거나 한 건 아니다. 그의 몫은 전문 학자들의 연구로 알게 된 지식을 정리하여 많은 독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실들이 생소하여 독자로선 ‘최초의 것’에 대한 많은 지식을 ‘업데이트’하고 인류학에 관한 상식을 대폭 확장하게 된다. ‘최초의 것’ 가운데에서도 최초의 것은 직립보행이다. 약 700만 년 전 인류 최초의 조상이 아프리카의 호숫가에서 직립보행을 배운 것으로 추정된다. 열대 우림 지역의 식량 공급이 줄어들면서 강과 호수에 먹을거리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 때이다. 이 직립보행이 정착하기까지 다시 또 수백만 년이 걸렸다고 하니 일상적 감각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운 시간이다. 돌의 모서리를 쳐내서 뾰족하게 만든 최초의 도구가 등장하는 건 260만 년 전이고, 도구를 사용하면서부터 인간의 뇌는 점차 커진다. 인간이 말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들이 갖춰지는 건 200만 년 전인데 최초의 발성은 ‘마마마’와 ‘쯧, 쯧, 쯧’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3만2천 년 전에 최초의 예술작품으로 동굴 그림이 그려지고 1만 년 전에는 최초의 맥주가 빚어진다. 3800년 전 최초의 알파벳이 탄생하고 기원전 76년 전에는 고대 그리스에선 행성의 운행을 계산하는 최초의 컴퓨터가 만들어진다. 그림 자료가 없는 게 흠이지만 『최초의 것』은 인류사의 주요 장면들에 흥미로운 안내서이다.
- 추천자 : 이현우(한림대 연구교수)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 오영욱 / 페이퍼스토리

2012.5.1. / 320쪽 / 16,500원
건축가들의 책이 많다. 승효상 민현식 김봉렬 같은 중진그룹은 물론 임형남 황두진 함성호 서현처럼 중견급 건축가들도 글을 곧잘 쓴다. 그리고 서점에서 잘 팔린다. 이들의 책이 읽히는 이유는 시각의 개방성 때문이라고 본다. 그들은 인간과 자연, 기술과 예술을 두루 다룬다. 집을 공부하면서 철학적 소양을,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예술가적 감각을, 그리고 직업으로서의 공간을 구축하면서 공학적 지식을 쌓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종합적 사고력이 축적되고 인문과 과학이 결합된 그들의 이야기가 요즘 같은 통섭 혹은 융합의 시대와 곧잘 어울리는 것이다. 이 책을 쓴 오영욱도 그렇다. 책날개에 소소한 이력을 쓰지 않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신촌의 한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했고, 바르셀로나에 유학해 지금은 건축사무소를 꾸리는 30대 중반의 건축가라는 신원을 알 수 있다. 물론 저자의 이력이 중요하진 않지만 적어도 일에 탐닉해 있을 30대 건축가가 이 정도의 개활된 시선을 확보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끝임 없이 보고 읽고 사색하고 성찰한다는 이야기다. 오영욱 글의 특징은 건축에 대한 엄숙주의나 근본주의에 빠지지 않고 쿨하다는 것이다. 이 책 또한 거대도시 서울을 흔적, 장소, 집합, 기호, 상징, 미학, 기억, 상상 등 8개의 키워드로 가볍게 읽어낸다. 이 가운데 가장 나의 눈길을 끈 항목은 ‘서태지 건축 유감’이다. 집이 주인을 닮는다는 사실을 전제할 때 그의 건물은 그의 음악과 그의 존재와 어울리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웨딩홀 건축의 기괴함, 수많은 교회 건축이 경동교회 하나를 넘지 못한다는 지적에도 동의한다. 국립민속박물관에 대한 대안을 찾다가 자포자기하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나온다. 종로타워와 세운상가에 대한 긍정과 연민의 입장이 폭넓은 공감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저자의 분신이랄 수 있는 빨간 모자 캐릭터가 책의 가이드처럼 따라 다닌다.
- 추천자 : 손수호(국민일보 논설위원)


안돼! 마르타 알테스 글, 그림/ 이순영 / 북극곰

2012.6.21. / 36쪽 / 12,000원
누군가 “내 것인데 나보다 남이 더 많이 쓰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수수께끼를 낸 적이 있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겨우 궁리해 낸 것이 초인종이었다. 하지만 답은 ‘이름’이었다. 답을 듣는 순간 손뼉이 쳐졌다. 누군가가 다른 사람과 구별하여 나를 부를 때 쓰는 것이 내 이름이니까. 그림책 『안돼!』에는 자기 이름이 ‘안돼’인 줄 아는 개가 나온다. 주인집 식구들이 언제나 자기만 보면 ‘안돼!’라고 소리쳤기 때문이다. 이 개는 자기가 너무 말썽꾸러기라서 주인집 식구들이 ‘안돼!’라고 소리친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자기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자기를 보기만 하면 ‘안돼’라고 부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당연히 자기 이름이 ‘안돼’로 생각할 수밖에. 이 개는 식탁에 차려 놓은 음식에 가족들보다 먼저 혀를 대면서 ‘음식이 괜찮은지 먼저 맛을 보는 것’이라 생각했고, 온몸에 흙을 묻히며 땅위를 구르는 것도 ‘가족들을 위해 항상 몸치장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절대 말썽을 피우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족들의 외침은 이 개가 말썽을 피울 때마다 ‘안돼!’에서 ‘안돼애’로 또 ‘안돼애애’로 점점 더 길어지고 커진다. 이 개는 그것도 가족들의 사랑이 더 커지는 거라고 여기고 아주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이처럼 이 그림책은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개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끌어간다. 입장이 바뀌니까 한 사건에 대한 이해도 전혀 다르게 바뀐다. 여기에 이 그림책을 읽는 재미가 있다. 짧은 글, 반복되면서 점점 길어지는 ‘안돼’라는 말, 능청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런 개의 표정을 따라가다 보면 웃음을 참을 수 없다. 더불어 개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것이 상대방을 이해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이제 막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한 유아들에게 읽는 재미와 함께 강요하지 않는 감동까지 주는 그림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 추천자 : 오은영(동시․동화작가), 서정숙(그림책 평론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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