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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읽을 만한 책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선정
  • 승인 2012.08.16 15:52
  • 호수 867
  • 댓글 0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8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개구리’(모옌/ 심규호 외, 민음사) 등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했다.

8월의 읽을 만한 책 10종 중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 모옌이 중국인들의 삶에 고통을 주는 계획생육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개구리’(모옌/ 심규호 외, 민음사), 한국, 중국, 일본 왕의 초상화를 삼국의 역사 속에서 바라본 ‘왕의 얼굴’(조선미, 사회평론), 과학교사인 저자가 오늘날 지구가 직면한 여러 기후 변화와 환경문제, 지구온난화에 대한 찬반 논쟁 등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한 ‘오늘의 지구를 말씀드리겠습니다’(김추령 글, 박순구 그림, 양철북) 등이 선정되었다.
진흥원은 문학, 역사, 아동 등 10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좋은책 선정위원회를 두고 독서 문화의 저변 확대와 양서권장을 위해 매달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선정하고 있다. 8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선정된 도서는 다음과 같으며 자세한 내용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홈페이지(http://www.kpipa.or.kr)의 웹진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개구리

모옌/ 심규호 외 / 민음사
2012. 6. 29. / 538쪽 / 15,000원
우리에게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이자 2011년 만해대상 문학부문 수상자로 잘 알려진 모옌의 장편소설 『개구리』는 197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지금까지도 중국인들의 삶에 고통을 주고 있는 ‘계획생육’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한 가족 한 자녀’라는 모토 아래 무리한 인구 억제 정책을 위해 임신중절 수술과 정관 수술을 담당하며 “살아있는 염라대왕”이라는 악명을 떨친, 주인공의 고모를 통해 인권(人權)과 국권(國權), 집단과 개인의 갈등을 현실의 장(場)에서 리얼하고도 구체적으로 묘파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의 압권은 주인공 ‘나’(샤오파오)가 지닌 모순적 위치이다. 소설의 전반부에서는 첫 번째 아내와 뱃속 아이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계획생육 제도의 피해자였다가, 소설 후반부에는 불임이던 두 번째 부인의 주선으로 대리모를 통해 불법으로 아들을 갖게 되는 위반자로 그 위치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그 어떤 제도의 정당성이나 현실 논리보다 우선하는 생명의 절대성과 인성(人性)의 복잡성을 강조한다. ‘사람을 똑바로 보고 쓴다’를 모토로 내세우면서 ‘당위’가 아닌 ‘본성’으로서 인간의 존엄성에 접근하고 있는 작가의 뛰어난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소설의 제목 ‘개구리(蛙)’는 엄청난 번식력을 상징하는 개구리의 특성과 연관됨과 동시에 인류의 시조인 ‘여와’의 발음과도 통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원초적 생명력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연잎에 앉아 곤충이 나타나길 기다리다가 잽싸게 뛰어올라 낚아채는 개구리처럼 일필휘지로 글을 쓰는 작가의 문학에 대한 자세를 상징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좋은 문학이란 역사를 통해 인간을 말하는 내시경이자 남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거울임을 확인시켜 주는 수작이다.
- 추천자 : 김미현(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근대의 가족, 근대의 결혼

김경일 / 푸른역사
2012. 6. 2. / 479쪽 / 28,000원
이 책은 1920-1930년대 한국의 가족과 혼인을 둘러싼 다양한 풍경들을 살펴본 책이다. 일반인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가족’과 ‘혼인’이라는 주제는 역사학의 주요 연구대상이 된다. 그것은 가족과 혼인이라는 것이 구체적인 삶의 역사적 궤적을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며, 생활사 및 풍속사로서의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시기 이념이나 사상의 관철이 실제로는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그리고 당시 사람들의 삶의 욕구는 무엇이었는지 하는 점들을 가족과 혼인연구는 잘 보여주고 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연구 성과는 현재적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1920-1930년대의 혼인 및 가족 상황은 현대 한국사회의 상황과 유사하다. 즉 식민지시대의 젊은 세대는 가족과 혼인에서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이율배반에 당면했다. 우선 근대적 개인주의 사조의 유입과 여성의 자의식 확산, 경제적 궁핍과 불경기, 도시의 팽창과 식민 영역 바깥으로의 대규모 민족 이산 등에 따라 이 시기의 가족과 혼인은 극도의 불안정과 해체 상태를 경험했다. 반면 민족적 시련과 계급적 혼란, 전통적 신분질서와 지역공동체의 해체, 시민사회의 미성숙 등은 가족을 제외하고는 개인이 의지할 수 있는 사회집단의 배태 가능성을 거의 남겨 두지 않았다. 이 점은 현대 한국사회에서 가족의 축소 및 해체가 진행되고 청년실업의 증가와 만혼 풍조의 유행이라는 측면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안식처’는 가족일 수밖에 없다는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상황과 아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식민지 시기 연구로서의 효용만이 아니라 현재적 의미도 동시에 갖는 시의적절한 연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추천자 : 김기덕(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철학을 낳은 위대한 질문들

사이먼 블랙번/ 남경태 / 휴먼사이언스
2012. 6. 25. / 347쪽 / 18,000원
철학은 무엇을 하는 학문일까? 다른 어떤 학문 분야보다도 철학이라는 학문은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하여 물음이 가능한 학문이다. 도대체 왜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가? 철학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 수 있는가? 철학은 우주에 대한 경이에서 출발한다.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철학이 필요 없다. 그러나 우리 삶에 대하여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철학자만이 삶의 의미를 성찰하면서 살아가는 것이고, 그 삶만이 살 가치가 있는 삶이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오늘날 과학의 발전이 눈부시게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철학은 그 존재가치를 이미 상실한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과학은 우리에게 how를 말해 주지만, 철학은 우리에게 why를 말해 준다. 뇌과학의 발전으로 인하여 우리의 생각은 뇌에 기반을 둔 활동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정신은 몸과 완전히 분리된 유령과 같은 존재가 아니다. 두뇌 활동이 바로 우리의 생각이 뛰어 노는 장소인 것이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이 두뇌 속에서 일어나고 정신활동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가? 저자는 단호하게 알 수 없다고 주장한다. 만약에 내가 지금 제주도에 여행을 가고 있는 상상을 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뇌파 측정기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내가 즐거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정도이다. 내가 상상하고 있는 생각의 내용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는 결코 있을 수 없다. 이렇게 정신과 육체는 같은 것이 아니다. 철학자는 이런 것을 지적하는 사람이다.
철학자들이 던지는 위대한 질문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내 몸과 마음의 관계는 무엇인가?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가?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가? 기계도 사유할 수 있는가? 왜 선하게 살아야 하는가? 왜 아무 것도 없지 않고 뭔가가 있는가? 이런 정답이 없는 위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대해 사유하다 보면 어느덧 우리의 사고가 훌쩍 성숙해 있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 추천자 : 김형철(연세대 철학과 교수)


고통의 시대 희망의 교육

조영달 / 드림피그
2012. 6. 20. / 279쪽 / 13,800원
성장시대의 교육은 단순하였다. 가난을 이겨내고 잘 살아보기 위해 그래서 지위와 돈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쟁취하는 것을 가르쳤고 과연 그것은 크게 성공하였다. 그런데 이 급속한 경제성장과 기술발전, 첨단의 정보화가 “여러 겹의 위험을 동시에” 가져온 것일까? 막상 국민의 삶은 더욱 불안하고 불확실하고 불행해졌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불평등이 심화되고, 취업은 어렵고, 부채는 늘어가고, 가난한 노인들이 넘쳐난다. 모두가 죽어라고 공부하고 일해도 그냥 빠듯이 살아가기 바쁜데 언제 경제위기가 또 올지 모른다고 하니 불안하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OECD 34개 국 가운데 32위를 차지하여 성장과 성공의 뒷면에 그 그늘도 짙게 드리워져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런 “고통의 시대”에는 도대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교육의 방향을 새롭게 찾는 것이 절실한 시기에 저자는 그것을 “희망의 교육”이라고 하고 우리 교육의 목표와 과정과 행정의 탈바꿈을 제시하였다. 초고속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그것이 바로 위험이기 때문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가 숨 가쁜 과제이다. 경쟁과 쟁취는 더 이상 바람직한 교육이 아니다. 경쟁은 치열한데 승자나 패자나 불행한 삶이 늘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사회적 공존, 교육정의의 실현, 실패와 실험정신, 그리고 집단지성의 배양 등으로 교육목표를 재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교육행정과 교원양성제도, 학제의 개편에 이르는 광범위한 개혁을 제안하였다. 학부모를 위한 열 가지 제안에는 저자의 열정적이고 이상적인 교육철학이 엿보인다. 참 난감한 것은 이 새로운 교육을 누가 어디서부터 시작하여야 하는가이다. 늘 그랬듯이 당장에 이루어야 할 성취가 눈앞에 있고 새로운 비전과 방법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부모는 사교육비에 빚이 늘고 아이들과 전쟁하느라 사이도 나빠지고, 아이들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학교와 학원에 매달려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마치 공부하는 로봇처럼. 우리는 그 경쟁의 바퀴를 벗어나면 곧 바로 패자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현실도 확률적으로 그렇다. 한 공익광고처럼 ‘멀리 보라’ 해야 할지 ‘앞만 보라’ 해야 할지, ‘함께 가라’ 해야 할지 ‘앞서 가라’ 해야 할지, ‘꿈을 꾸라’ 해야 할지 ‘꿈 꿀 시간을 안 줘야’ 할지 참 난감하다.
- 추천자 : 마인섭(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경제학의 5가지 유령들

존 퀴긴/ 정수지 / 21세기북스
2012. 6. 11. / 322쪽 / 15,000원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수많은 저작들이 출간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어떻게 발생했고, 유로존의 문제 등으로 왜 회복이 더뎌지고 있는지도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보다 근본적인 경제사상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존 퀴긴 퀸즈랜드 대학교 교수이다. 그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가 발생한 것은 지금까지 주류 경제학계를 지배했던 시장자유주의의 경제사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므로 이를 과감히 수정하고 21세기 경제 현실에 맞는 이론과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주류 경제사상은 신고전주의 경제학은 물론이고, 대공황을 타개하기 위해 케인스가 제시한 사상에서 일탈한 현대적 신케인스 학파를 포괄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현 시대를 지배하는 다섯 가지 경제사상의 탄생과 성장 및 사망에 대해 기술한다. 다섯 가지 경제사상이란 1985년 이후는 유례없는 안정기였다는 대안정기 사상, 금융자산의 가격이 그 가치를 반영한다는 효율적 시장가설, 최신 경제사상을 집약한 동태확률일반균형모형, 부자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이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트리클다운 경제학, 정부보다 민간 기업이 더 잘 할 것이라는 민영화 사상이다. 그는 너무나도 친숙한 다섯 가지 경제 사상이 사실은 이미 사망하였지만 다시 살아난 ‘좀비 사상’이라고 공박한다. 그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경제사상은 1970년대 이전의 케인스적 사상에 가깝다. 하지만 케인스적 사상이 지나치게 자만에 빠져 인플레 문제를 소홀히 한 결과 힘을 잃게 되었음을 지적하고 현재의 경제상황에 맞는 새로운 경제학을 정립할 것을 요구한다. 이 책이 경제사상 문제를 다루는 만큼 다소 전문적이어서 읽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현 시대를 지배하는 주류 경제사상에 대하여 의문을 가진 독자라면 인내심을 가지고 읽을 필요가 있다.
- 추천자 : 박원암(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오늘의 지구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추령 글, 박순구 그림 / 양철북
2012. 6. 15. / 264쪽 / 12,000원
봄이면 황사, 여름이면 태풍 때문에 걱정이다.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녹고, 해수면이 상승해 섬나라들은 바닷물에 잠길 지경에 처해 있다. 지구온난화로 세계 도처에서 기상 이변이 일어나고 생태계가 바뀌고 있다. 우리가 지금 처해 있는 지구 환경의 현실이다. 이러한 환경문제를 쉽게 설명한 설명서가 『오늘의 지구를 말씀드리겠습니다』이다. 이 책은 모두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장에서 황사, 슈퍼태풍, 이산화탄소, 해수면 상승, 남극 빙하와 북극해, 아프리카의 기아, 생물 종다양성, 에너지, 기후변화협약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하나 더 추가하여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찬반 논쟁에 대해 언급한다. 이 책은 여느 과학책과 구별되는 장점이 있다. 분명 과학책이지만 책을 처음 읽는 순간 소설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각 장의 앞부분에 주제와 관련된 이야깃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에 불어 닥친 모래 폭풍 때문에 아들을 잃고 나무와 풀을 심는 부부의 이야기,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때문에 제방이 터져 집이 물에 잠기는 긴박한 상황에 처한 가족 이야기 등을 먼저 소개한다. 그리고 황사와 슈퍼태풍에 대한 과학적인 사실을 설명하는 식이다. 이 책은 과학교사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집필하였지만, 과학과는 담을 쌓고 사는 성인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지구환경 설명서이다. 큰 부담 없이 과학책 한 권을 뚝딱 읽을 수 있다. 사족을 하나 달자면 우리가 흔히 황사라고 부르지만 엄밀히 말해 ‘황진’이라고 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다. ‘황진이’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 추천자 : 김웅서(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원장)


왕의 얼굴

조선미 / 사회평론
2012. 6. 22. / 444쪽 / 23,000원
초상화는 누군가의 얼굴을 그린 것이다. 그것은 앉아 있는 이의 얼굴을 옮겨 놓은 것이기도 하지만, 그리는 사람의 해석이 담겨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초상화는 앉은 이의 표정과 그리는 이의 정서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이다. 왕의 초상화는 여기에 하나 더 중요한 요소가 덧붙는다. 그려진 이의 얼굴이 한 사람이라는 것을 넘어서서 그 왕조를 상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한국, 중국, 일본의 군주 초상화를 삼국의 역사 속에서 바라본다. 왕의 초상 제작은 무척 까다로운 과정과 절차를 거쳐 완성되었으며, 여러 대신들과 화가 그리고 장인들에 이르기까지 인원이 폭넓게 동원되고 세심한 배려가 소요된 거국적 사업이었다. 그러기에 왕의 초상을 그리는 화가는 당대 최고의 영예를 누렸다. 이는 중국과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 왕의 초상이 대체로 객관적인 사실 그대로의 얼굴 묘사에 근거하고 있는 것에 반해, 중국의 황제 초상에는 다른 인물로 꾸민 분장초상화가 있어 흥미를 끈다. 때로는 세속적인 인물로 때로는 종교적인 존재로 분장한 황제의 모습에는 당시의 현실에서 중국이 대면해야 할 과제가 숨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가 하면 일본의 천황 초상에는 개인적인 삶의 면모가 드러난다. 아마도 군사력을 근거로 하는 막부와의 대결에서 천황권이 기세를 펼치기 쉽지 않았던 탓에, 개인적으로나 위정자로서 그리 행복할 수 없었던 천황의 일생을 슬며시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초상화 속 주인공의 행위들과 그를 둘러싼 역사적 배경이 어우러지는 이 책은 그림이라는 미술자료를 통해 읽는 역사서라고 볼 수 있다.
- 추천자 : 이주은(성신여대 교육대학원 교수)


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

이충렬 / 김영사
2012. 6. 27. / 416쪽 / 18,000원
『간송 전형필』을 통해서 우리 문화재 지킴이이면서 최대 수장가 간송의 일대기를 생생하게 되살린 저자가 이번에는 혜곡 최순우(1916-1984)의 생애를 『한국미의 순례자』라는 이름으로 담았다. 두 권 모두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널리 알리는 데 헌신한 분들의 ‘본받을 만한 삶’을 재구성한 전기다. 한동안 전 국민 필독서였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 혜곡은 우리 박물관사와 문화사의 전설이다. 개성에서 고등학교만 졸업한 학력으로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에 우현 고유섭을 만나 그를 따르며 우리 문화와 유물의 가치에 눈을 뜬 혜곡은 주변의 냉소와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남의 것이 아닌 내 것’, ‘새 것이 아닌 옛 것’의 가치를 발굴하고 온전히 보존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모두가 피난보따리를 싸는 와중에도 밤을 새워 박물관의 주요 서류를 포장했고 1960년대에는 고려청자의 가마터를 최초로 발굴했으며 1974년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재직하면서는 ‘한국미술 5000년 전’을 기획해 일본과 미국, 그리고 유럽 여러 나라에 한국 국보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소개했다. 우리 문화재가 세계 최고라는 자신감으로 우리 국보의 해외 전시 때 세계 최고 수준의 보험액을 보장받도록 한 것도 혜곡의 기여다. 저자는 혜곡의 삶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 그가 남긴 모든 글을 찾아서 꼼꼼히 읽고 주변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상까지 자세히 살폈다. 그 노고 덕분에 한국 현대사 최고의 ‘박물관인’의 삶과 한국 박물관 100년의 역사가 눈에 잡힐 듯 펼쳐진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와 짝지어 읽으면 부듯한 ‘한국미 산책’의 시간이 될 듯싶다.
- 추천자 : 이현우(한림대 연구교수)


텃밭정원 도시미학

김문환 외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2. 6. 14. / 276쪽 / 20,000원
책의 부제가 설명을 대신한다. ‘농사일로 가꾸는 도시, 정원일로 즐기는 일상’. 최근 들어 관심이 커지고 있는 도시농업(urban agriculture)을 둘러싼 논의를 종합했다. 저자는 엮은이 안명준 환경조경발전재단 사무국장을 비롯해 모두 10명. 미학자부터 건축가까지 다양한 직종의 종사자들이 농사와 정원일의 가치를 조명했다. 여기서 도시농업은 조그만 땅뙈기를 가꾸는 텃밭에서 스티로폼 상자 안에 작물을 재배하는 상자텃밭, 베란다농사, 도심건물의 옥상농원, 스쿨 가드닝까지 다양한 형태를 가지지만 ‘생산경관(productive landscape)’의 개념으로 묶었다. 이 같은 농사일은 도시 밀집과 관계있다. 우리나라 도시화율은 1960년 39.1%였던 것이 1990년 81.9%, 2009년 90.8%로 높아졌다. 미국 80.8%, 영국 89.2%, 독일 88.5%보다 높다. 여기서 도시농업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도시에서 식물을 심는 일은 먹을거리를 직접 생산하고, 농사 체험을 통해 건강성을 회복하며, 푸드마일(식량의 수송거리)을 줄여 소비를 건전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주변사람 혹은 공동체가 함께 이루어가는 이런 과정은 궁극적으로 도시의 커뮤니티를 복원하는 공공 정원의 역할을 부각시킨다. 자연을 즐기고 가꾸는 삶 속에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하는 측정하기 어려운 가치 또한 있다. 서울 광화문 광장과 세종문화회관 계단에는 벼를 심은 고무용기가 놓여있다. 농사는 관상이 아니라 체험의 대상이다. 이 책이 주장하는 바도 그렇다. 법정 스님이 난초 한 그루를 향한 조바심이 무소유 정신을 낳았다고 하지만 도시에서 난초 한 그루는 소유의 차원을 넘어 많을수록 좋다는 이야기다.
- 추천자 : 손수호(국민일보 논설위원)

섬마을 스캔들

김연진 글, 양정아 그림 / 살림어린이
2012. 6. 28. / 191쪽 / 9,500원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또 스캔들이야’ 하는 시큰둥한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들어 책 제목에 스캔들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TV에서 ‘~스캔들’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끈 그 여파인 것 같다. 스캔들이란 단어의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이란 뜻도 그런 느낌에 한 몫을 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니 선입견과 달리 의외로 참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엄마를 일찍 잃은 주인공 다율이는 홀아비인 아빠에 의해 잠깐 동안 고아원에 맡겨졌고, 다른 고아원 아이들과 똑같은 기다리는 얼굴로 아빠를 기다리며 고아원에서 학교에 다녔다. 그런 탓에 학교 친구들과 친해지지 못한 채 외롭게 지내야만 했다. 다행히 약속대로 아빠가 데리러 왔지만 새엄마와 함께였다. 다율이의 노력과 달리 새엄마와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엄마, 아빠의 일이 바빠지고, 할 수 없이 새외할머니가 사는 ‘따뜻한 섬’이라는 뜻의 온도에 살게 된다. 다율이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친구도 사귀고, 외할머니의 다정함도 맛보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섬마을 분교는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폐교될 위기에 처한다. 처음으로 따뜻한 정을 갖게 된 온도를 떠나고 싶지 않은 다율이는 폐교 구출 작전을 세운다. 문맹인 섬마을 할머니들을 폐교의 신입생으로 맞아들이는 작전이다. 어쩌면 이런 해결 방법은 판타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해결 방법을 현실적이고 논리적으로 풀어가고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어줄 뿐 어린이들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계획하고, 해결해 나간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같은 연령대의 독자들에게 문제 해결에 대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농어촌의 작은 분교를 합리적 경영차원에서 무조건 폐교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까? 지역 사회를 위해 평생교육 차원에서 재활용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질문을 던져주는 점도 좋았다.
- 추천자 : 오은영(동시․동화작가), 서정숙(그림책 평론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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